500여년 풍상 견딘 조선시대 가장 긴 다리
“조선시대 가장 긴 다리를 아십니까.”지난달 31일 성동구 행동동 58 사적문화재 160호인 ‘전곶교’를 찾았다. 또 다른 이름은 살곶이다리.
# 찾아가는 법
지하철 2호선 한양대 역에서 하차,3번 출구로 나온 뒤 한양대학교 후문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조선시대 가장 긴 다리를 만난다.
# 전곶교와 만나다.
다리를 처음 접한 느낌은 ‘튼튼하다.’‘정감있다.’라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흔들림 없이 세워져 있고 아스팔트 다리와는 달리 걷고 싶은 다리를 만든 우리 조상의 지혜가 느껴졌다.
폭은 6m로 넓게 보였다.76m쯤 가자 다른 돌로 만들어진 다리가 이어졌다. 이 다리는 옛날 다리에 현대에 만들어진 다리가 이어져 있다. 중간이 파손된 게 아니다. 오랜 세월 육지가 침식돼 하천 폭이 더 커진 것. 반면 옛날 다리의 밑 부분은 상당 부분 퇴적돼 육지가 됐다.
이날 다리를 건너다가 초등학교 시절 이 다리를 건넌 뒤 처음 왔다는 김경희(46·여)씨와 만났다. 그는 “1960년대 후반 행당초등학교를 다닐 때 옛날 다리가 끝나는 부분부터 징검다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 대공원에 봄 소풍을 갈 때 발이 물에 안 빠지도록 짝꿍 손을 잡고 건너던 기억이 난다.”면서 “당시 한 학년 당 학생이 무려 1500여명이나 돼 긴 행렬을 이뤘고 물은 지금과 달리 아주 맑았다.”고 기억했다.
# 오랜 기간 보존된 비결은?
그를 보내고 옆에서 다리를 바라보았다. 꼭 씨름 선수 팔과 다리같이 튼튼해 보였다. 가까이 보니 깎은 돌이 아니고 다른 곳에서 뚝 잘라온 돌이었다. 맨손으로 날랐을 조상들이 겪은 고생이 떠올랐다.
다리 밑에서 위를 보았다. 공간이 많았다. 왜냐하면 다리 구조가 지반 위 돌기둥을 4열로 나열, 가로로 멍에석을 받친 뒤 귀틀석이 올라갔고 다시 상판석이 놓여 그 위를 사람들이 다니는 것이었다. 멍에석과 상판석 중간에 귀틀석이 있어 멍에석과 상판석 사이에 1m이상의 공간이 있는 것. 다리 높이는 구간마다 다르지만 대략 3∼4m쯤. 그동안 이 다리는 여러 차례 물에 잠겼다. 손영식 문화재 위원은 “다리는 잠기면 무너지기 십상인데 이 다리가 보존된 것은 중간에 공간과 돌 사이 틈으로 물이 흘러나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조상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알면 더 보인다.
전곶교는 1402년에 착공,1483년에 완공됐다. 세종실록을 보면 세종 2년인 1402년 상왕인 태종이 공조판서를 지냈던 박자청에게 다리를 놓느라 고생한다며 술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1420년 장마로 중단된 뒤,1422년 태종이 사망하자 임금이 별궁까지 행차하는 일이 거의 없어지고 당시 도성 내 개천보수공사로 성 바깥까지 미칠 여력이 없어 장시간 중단됐다고 한다.
그 뒤 성종 6년인 1483년 왕의 명으로 다리가 완성된다. 용재총화에 따르면 스님이 많은 백성들과 다리를 완성시켰다는 기록이 나온다.
# 성동구청 다리 입구 복원 희망
관할구청인 성동구청으로부터 현장에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사실은 다리 입구 부분이 아스팔트로 덮여져 있다는 것. 김형곤 문화팀장은 “88올림픽 때 한양대 체육관이 배구 경기장으로 쓰이자 인근 도로 차선을 넓히기 위해 다리 입구 부분 위에 도로를 포장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지난해 10월쯤 다리에 금이 간 돌이 발견됐다고 한다. 구청 측은 “그 전에 다리 인근에 인라인스케이트장과 축구장,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서 무거운 크레인이 다리 앞 부분을 통과하면서 금이 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금이 간 돌은 다리 바로 옆에 놓여져 있다.
성동구청은 다리 입구 부분 아스팔트 도로를 없애고 보수를 해 다리를 원형으로 복원하고 인근을 조경으로 꾸미기 위해 문화재청에 15억원 상당의 예산을 3년 동안 요청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으로부터 그동안 “예산 배정 순위에서 밀렸다.”는 답변만 받았다.
# 시민의식 실종
다리 주변 자전거 도로가 있다. 다리 입구와 출구 쪽엔 자전거로 다리를 건너지 말라는 푯말이 모두 6개가량 세워져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탄 5명 가운데 3명꼴로 자전거에서 내려 끌지 않고 바로 타고 지나간다. 심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한 시민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라고 당부하자 “우리나라엔 문화재 보수할 돈도 없냐.”면서 버럭 화를 냈다. 구청 관계자는 “온종일 감시할 수는 없다.”면서 “문화재가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글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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