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조례안 5차례 계류·철회 반복

6·25전쟁 당시 민간인이 학살당한 장소를 평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조례를 놓고 보수와 진보 세력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14일 경기 고양시의회에 따르면 이 조례안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고양경찰서장의 지휘를 받은 경찰과 치안대가 친북 부역 혐의자 일부와 그 가족을 집단 살해해 매장한 일산서구 중산동 금정굴(금정굴 사건) 지역을 공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양시는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120억원을 들여 금정굴 주변 부지를 매입하고 130여억원을 투입해 생태평화 교육, 문화 예술 지원 목적의 건축물을 지은 뒤 시민사회단체들에 운영권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프로그램 운영비는 8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조례안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과거사 정리 기본법을 근거로 2007년 11월 금정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을 결정하고 국가의 공식 사과, 명예 회복, 위령 사업 등을 권고하자 시 차원에서 별도의 위령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고은정, 왕성옥 시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2년 전 지방선거에서 희생자 유가족 단체가 포함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한 민주통합당 소속 최성 시장이 금정굴 역사평화공원 조성을 약속하면서 추진됐다.

그러나 보훈단체 등을 중심으로 “친북 부역자들이 먼저 고양경찰서장 등 군경 가족들을 집단 학살해 보복이 이뤄진 것”이라며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고양재향군인회 관계자는 “당초 진실 규명 및 명예 회복만 하겠다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 8월 서울고법으로부터 35명의 희생자 유가족 100여명이 2억원에서 1000만원씩 총 100억~12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받는 판결을 이끌어 냈는데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이 받은 보상금과 비교하면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조례안이 처음 발의된 후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관련 상임위인 환경경제위원회에서 계류와 철회가 반복됐다.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은 “경기도의회가 지난 5월 광역의회 사상 처음으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으나 김문수 지사가 재의를 요구한 상태고 정부도 관련 연구 용역을 최근 마쳤으니 기다려 본 뒤 조례 제정을 추진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의회는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모두를 위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내년 2월까지 임시전담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