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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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때문에 영혼의 반을 팔았다.
오른팔을 올리면 교회 탑 뾰족한
지붕이 서고
왼쪽 눈을 뜨면 私娼街 울음을
핥아내는 입술이 열렸다.
나는 젊음을 담보로 삶을 팔며
술로 살았다.
하나 둘 늘어나는 빈병의 공간 속에
정신적 치유를 위한 고뇌를 담으나
깊어가는 상실은 막을 길 없고…
살기 위해 살찌우는 빚 덤이,
짙은 화장으로 잠이 든 아내,
들락거리는 푼돈은 아내의 취기에
가난만 입힐 뿐
오른쪽 어깨의 통증엔 아무런
보탬이 없다.
뜰 때마다 쌓이는 눈꼽에 가려지던
나날이 무디어지고 낮아지는
십자가의 높이와는 아랑 곳 없이
육신을 쪼고 있는 典當鋪의 팻말은 지금도
부엉이 눈처럼 껌뻑거린다. 이희복(대구경북지방병무청 동원관리과 계장)
2018-04-23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