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공무원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그 길로 가라고 해그 길로만 가야 한대
(따르지 않으면 죽기도 한다지)
그들이 만들어 주었지
묻지도 않았고 알리지도 않았고
(우리를 위한 길이라더군)
뱀도 개구리도 고라니도 멧돼지도
그 길로 가야 한대
그들을 피해서
착한 동물들이 열심히 오간다더라
길 옆 누운 생명은
뱀인가 개구리인가 고라니인가
멧돼지인가
그 길
그 한가운데서
죽은 생명의 붉은 피를 위해 기도하고
남 몰래 피 냄새를 허파에 채운다
그들은 몰라도
나의 길은 죽은 이들이 가고자
하던 길
그들이 알아도 막을 수 없을 나의 길 심진경
(강원 정선군청 주민생활지원과 주무관)
2018-04-30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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