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탄생하는 종로 ‘인왕산 자락길’
안평대군 별장 ‘48영’ 詩 조경 형상화인왕산 자락에 야생화 군락지도 조성
해설사 등 양성… 연말까지 사업 추진
“인왕산 자락길의 자원은 살리고 이야기는 입혀 역사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탐방로로 재탄생시킬 겁니다.”(김영종 종로구청장)
천년 왕조를 꿈꾸던 사직단, 국조 단군을 모신 단군성전, 겸재 정선이 사랑한 수성동 계곡, 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의 언덕. 조선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적과 오랜 세월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은 종로구 무악동의 ‘인왕산 자락길’이 자연,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생태 관광지로 거듭난다.
종로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 생태녹색관광자원화 사업 공모’ 생태관광 분야에 인왕산 자락길이 최종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공모로 구는 국비 2억 5000만원을 지원받아 다음달부터 올해 말까지 관광지 조성을 추진한다.
인왕산 자락길에는 현재 두 개의 탐방로가 있다. 노약자가 장애물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무(無)장애 탐방로’와 자연 그대로를 느끼며 걷는 ‘숲길 탐방로’다. 각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사직단, 단군성전, 황학정, 수성동 계곡 등을 만날 수 있다. 숲길 탐방로는 한옥으로 지은 청운문학 도서관과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진다. 구는 이 중 핵심 구간인 수성동 계곡을 중심으로 조선 시대 안평대군의 별장이었던 ‘비해당’에 관련된 48영(詠) 시의 형상화를 추진한다. ‘비해당사십팔영시’(匪懈堂四十八詠詩)는 안평대군이 비해당 주변의 경치를 주제로 지은 48수의 시를 말한다. 집 안팎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 연못과 바위 등이 소재가 됐다. 구는 비해당 터에 조경 작업과 함께 시문 안내판을 설치해 관광객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종로 관광통계 조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종로구를 찾은 관광객은 4088만명에 이른다. 특히 중국·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이 종로를 많이 찾는다. 이번 생태 관광지가 조성되면 이색적인 관광코스로서 더 많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종 구청장은 “타임캡슐을 열어 보듯 숨겨졌던 한국의 역사, 문화,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생태 녹색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2-23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