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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장가를 간 뒤 철이 든 건지, 마누라가 시켜선지…. 시도 때도 없이 저러내요.”

8일 오전 서울대공원 곰사 한쪽 5평 남짓한 에조불곰의 우리.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날려 우리 안에 떨어지자 수컷 에조불곰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 앞발로 바닥을 훔친다. 곰은 부지런히 모은 먼지를 한 구석으로 끌고 와서는 우리 밖으로 밀어낸다.

밀어낸 나뭇잎이 철창사이에 끼여 나가지 않자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이내 곰은 긴 호흡을 한번 한 후 ‘킁∼’하며 콧바람을 불어 나뭇잎과 남은 먼지를 깔끔히 몰아냈다.

올해로 16살인 이 수컷 곰의 별명은 ‘남자 파출부’다. 하루 종일 우리 안을 쓸고 닦아 사육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녀석이 방청소를 시작한 것은 2005년 9월.8살짜리 암컷 ‘진천’과 합사한 이후부터다. 십수년을 독수공방한 노총각에게 자신의 나이에 비해 반밖에 안 되는 신부가 얼마나 예뻤을까. 녀석은 암컷에게 혹시 뭐라도 묻을 세라 걱정하는 듯 방청소를 시작했다.“곰의 속마음을 어찌 알겠냐마는 아마 귀하게 여기는 암컷 발에 돌멩이가 걸리는 걸 걱정한 듯해요. 짝짓기 전에는 저렇게 깔끔을 떨던 놈이 아니었거든요.”담당 사육사의 말이다.

늦장가간 수컷과 어린 암컷의 ‘부부금실’은 유난스러울 정도였다. 지난해 4월 교미기간 중에는 두 마리 모두 한 달간 식음을 전폐할 정도였다. 물론 시간 날 때마다 수컷은 여전히 방청소를 했다. 가을은 압권이었다. 놈의 독특한 습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끝도 없이 떨어지는 낙엽에 녀석의 앞발은 정말 쉴 새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곰 두 마리의 달콤한 시간은 가고 어느덧 이별의 시간이 왔다.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는 곰의 특성상 임신한 암컷이 곰사 안 산실(産室)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임신한 어미 곰은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는다. 에조불곰의 임신기간은 180∼260일 정도. 그 사이 좋은 소식도 있었다. 암컷은 지난달 7일 600g의 건강한 새끼를 한 마리 낳았다. 수컷은 아직 새끼를 보지 못한 상태. 하지만 여전히 두 발로 우리를 치운다. 마치 집에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집안을 정리하는 듯 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7-2-9 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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