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처 출범 1년 성과·과제
위상 높아진 컨트롤타워모든 부처 IP 정책 총괄·조정 사령탑
WIPO 총회 한국 첫 번째 기조연설K브랜드 보호·특허 지원
국가인증상표 연내 73개국에 등록
청년창업·中企 ‘초고속 심사’ 확대지재처 IP 정책 향후 숙제
권역별 지역본부·심사관 증원 필요
특허사용 수익 등 IP 직접 투자해야지식재산(IP) 정책 ‘컨트롤타워’인 지식재산처(지재처)가 지난 1일 출범 1년을 맞았다. 1977년 3월 상공부 특허국에서 외청인 특허청으로 출범한 지 48년 만의 승격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세계에서 처음 인터넷 기반의 전자출원시스템인 ‘특허넷’을 개통하며 선진 특허 행정을 주도했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출원·등록·열람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2007년 미국·유럽·일본이 주도하던 특허 선진 5개국(IP5)에 참여하며 IP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특허 등록 100만호, 2019년 특허등록 200만호를 배출했다. 1948년 11월 대한민국 1호 특허가 등록된 지 71년 만이다. 2010년 특허 100만호 탄생까지 62년이 걸렸지만 9년 만에 200만번째 특허가 등록되는 등 IP 분야 위상이 높아지고 규모가 커졌다.
2025년 10월 1일 출범한 지재처는 다양한 IP를 통합·관리해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IP의 창출·활용·보호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IP 정책 수립과 총괄·조정 기능을 수행한다. IP 보호의 사각지대 해소와 분쟁 발생 시 국가 차원의 신속한 대응도 주요 임무다. 특히 연구개발(R&D)을 통해 고품질 IP를 확보하고, 거래와 사업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R&D 재투자로 연계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현희 지재처 기획조정관은 “정부조직법상 전 부처의 IP를 총괄 관리하면서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면서 “관계 부처와 협력을 통해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국가 IP 전략을 마련해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년 IP 정책 방향 설정과 기틀을 갖추고 세부 과제를 수립하는 과정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제무대에서의 위상 변화가 두드러졌다. 지재처장이 장관급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장관의 지식재산 협력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WIPO 총회에서는 한국 대표로 참석한 김용선 지재처장이 사상 처음,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변리업계 관계자는 “지재처 출범 후 IP가 주요 정책 과제로 인식되면서 정부 부처의 인식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면서 “모두의 아이디어 공모가 현실화하고 투자 거래가 확대되는 등 IP 정책이 확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재처는 K브랜드 보호와 IP 수익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 유출과 첨단기술 범죄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위조 상품 피해 방지, 빠른 권리화, 청년창업 지원 제도 등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K브랜드 위조 상품 차단을 위해 정부가 권리자로 나서는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이달 시행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K브랜드 위조 상품 유통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국내 전체 수출액의 1.5%에 달했다. 더욱이 필리핀·베트남 등 한류 인기가 높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정품과 구분이 어려운 정교한 짝퉁이 범람하면서 K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국가 이미지 실추까지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에 맡겨두던 위조 상품 대응을 정부 주관으로 전격 전환해 국가인증상표를 개발했고 연내 73개 국가에 권리자 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상표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인증 기술을 적용해 해외 소비자가 정품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침해 사실이 확인되면 정부가 직접 현지 당국에 수사·단속, 통관 보류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국내 수출기업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R&D 성과물의 조기 권리화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평균 20개월 정도인 특허의 일반 심사 대기기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한 ‘초고속 심사’가 다음 달부터 청년 창업자와 예비 청년 창업자까지 확대 적용된다. 초고속 심사는 반도체·이차전지·AI·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가 대상이었지만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청년 창업자는 권리 확보가 늦어지면 사업자금 조달과 시장 선점에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지난해 10월 초고속 심사 도입 후 올해 8월 기준 1284건이 신청됐다. 중소기업이 전체 60%(774건)를 차지했다.
양재석 지재처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초고속 심사가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아이디어가 신속하게 권리화되고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재처 출범 1년은 다양한 성과와 가능성뿐 아니라 IP 정책 과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기술 경쟁 시대에 강한 특허 생산과 신속한 권리화는 필수 조건이다. 심사와 품질이 비례하려면 적정한 심사관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만 심사관 ‘증원’은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심사관 확충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주권 시대,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육성을 위해 지재처 지역본부를 권역별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IP 창출과 권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사업화가 부진하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활용률은 더 취약하다. 기업의 활용률이 평균 70%대인 것과 비교해 공공연구기관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와 산업계는 IP 창업·투자·거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전용 펀드’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모태펀드 특허 계정을 활용해 특허를 매입하거나 IP 수익화 프로젝트 등에 투자해 특허사용 계약 수익 등을 창출하는 ‘IP 직접 투자’ 확대 필요성도 강조한다.
대전 박승기 기자
2026-10-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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