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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달린다. 가녀린 몸과 기다란 팔, 다리를 쉼없이 움직이며 어딘가로 달음박질친다. 힘겹지만 멈출 수 없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중앙분리대에는 조각품이 가득하다. 송파구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올림픽로 주변지역을 국제적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기획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덕분이다.88서울올림픽 운동경기를 작품 소재로 삼았다. 멀리뛰기, 볼링, 높이뛰기, 조정, 태권도 등 48개 종목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 가운데 2호선 종합운동장역 4번 출구 옆에 놓인 김병철 작가의 ‘달리기-도약21세기(4×0.64×2.48m)’가 눈에 띈다. 운동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여타 작품들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청동상은 우스꽝스러운 몸매를 지녔다. 몸은 보잘것없이 말랐고, 팔과 다리는 지나치게 길쭉하다. 게다가 손과 발이 기형적으로 크다. 그러면서도 온몸을 앞으로 구부려 힘껏 내달린다. 분명 열심히 달리지만, 육상선수의 날렵함을 엿볼 순 없다. 오히려 일상에서 달음질치는 현대인이 연상된다.

작가는 “어디로 뛰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는 40대 가장을 묘사했다.”고 설명했다.“운동선수만 달리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모두가 내일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운동종목인 달리기를 주제로 제시했지만, 작가는 삶의 달리기를 그려낸 것이다.

오가는 시민들도 작품에서 자신을, 이웃을 발견한다. 회사원 김성식(34)씨는 “‘저 사람, 열심히 사는구나’하고 생각한다. 어딘가로 쉼없이 달려야하는 내 모습 같아 동지적 친근감마저 든다.”고 작품을 평했다. 대학생 이지은(21)씨는 “어느날 문뜩 아빠의 지친 어깨를 마주하듯 가슴 뻐근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청동상은 희망을 품고 있다. 작가는 “험난한 현실에서도 두 다리를 크게 벌려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몸을 유난히 가느다랗게 조각한 것도 “나약해 보지만, 그 누구보다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우리 민족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래,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듯 오늘을 힘차게 내달리자. 그러면 내일은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아니라고 해도 그게 인생 아닌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7-3-21 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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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