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 차를 맞은 고교학점제가 학교 규모와 거주지역에 따른 과목 개설 격차를 낳고 현장의 행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며, 부분적인 보완을 넘어 전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한슬 의원(국민의힘, 비례)은 27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1에서 열린 ‘고교학점제의 현실과 정책과제’ 정책토론회 좌장을 맡아 고교학점제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폐지 수준의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현정 국립공주대학교 화학교육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지정토론에는 문금미 대한민국교육주체연합 S.P.E.A.K 상임대표, 이현주 경기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이희원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최은예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가 패널로 나서 고교학점제 운영 실태와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 의원은 “고교학점제는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찬반이 있었지만, 고교학점제만큼 학생과 학부모, 교사까지 현장에서 강한 반대가 이어지는 정책은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많은 교육주체가 문제를 호소하는 제도를 무엇을 위해 계속 유지하고,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또다시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질문해야 한다”며 “부분적인 보완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폐지 수준의 전면적 개혁과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현정 교수는 학교 규모가 작을수록 교원 수와 특별실, 외부 강사 확보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선택과목 개설에 한계가 따르고, 농어촌 및 소규모 학교는 공동교육과정조차 온라인 수업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실험·실습이 필요한 과목은 온라인 대체가 어려워 학생의 거주지역과 학교 여건이 실질적인 교육기회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금미 S.P.E.A.K 상임대표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응답자의 76%가 고교학점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74.7%는 제도 폐지 또는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교별 교육여건 차이가 학생의 과목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82.2%로 집계됐다며 “아이들은 교육정책에 적응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선 교원들의 현장 고충과 지역 간 편차 문제도 거론됐다. 이현주 경기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전국 교사 1,197명 중 82.5%가 고교학점제의 전면 재검토나 폐지에 동의했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다과목 지도와 복잡한 학사관리로 인해 교사의 수업 준비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경기지역 공동교육과정의 경우 수원에 오프라인 강좌 34개가 개설된 반면 가평·양평·연천·여주·포천 지역은 오프라인 강좌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공동교육과정 역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희원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지역의 2025학년도 공동교육과정 305개 강좌 중 신청 인원이 정원을 넘긴 ‘공급 부족’ 강좌가 112개에 달했다며 “고교학점제가 교육 선택권의 부익부빈익빈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측도 학교 규모와 교원 수급 상황에 따라 과목 개설 및 학습기회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하며, 향후 권역형·경기광역형 공동교육과정 확대와 교원 배치기준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에서 학생에게 더 많은 입시 전략을 요구하고, 부모의 정보력과 학교의 규모, 사는 지역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달라진다면 그것을 공정한 교육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선택권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에게 너무 이른 진로 결정을 강요하고, 학교에는 다과목 수업과 행정부담을 떠넘긴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공동교육과정과 추가 예산으로 구멍을 막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과거에도 문제가 확인된 교육제도를 다시 되돌린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고교학점제 역시 더 많은 학생이 피해를 보기 전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빠르게 방향을 돌려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확인된 학생·학부모·교사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한편, 제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지역과 학교 규모에 따른 교육격차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경기도의회 차원의 정책적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양승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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